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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경 ‘O양이야기’ 99%가 소설
오현경(37)은 2시간 30분 동안 미래, 앞날이란 단어를 예닐곱 번이나 사용했다. 그만큼 잊고 싶은 과거와 멀어지겠다는 뜻이었을까. 한 시간 쯤 지났을 무렵 그녀는 대뜸 "계속 옛날 일만 물어볼 건가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21세기를 험악하게 시작한 오현경은 10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이 똘똘 뭉쳐 자신을 벼랑끝으로 내몰았고, 언론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고 했다. 대한민국 집단 관음증의 피해자. 오현경은 'O양 사건' 이후 연예부 기자를 만난 것도 10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그렇게 마음의 빗장을 서서히 열고 있는 중이었다.
●대한민국이 나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지만…
먼저 부끄러운 고백 하나. 오현경을 만나러 서울 압구정동 일식주점 에가오노로 가는 길, 기자의 머릿속은 캄캄해졌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빅 뉴스메이커였지만 정작 그녀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기껏해야 1989년 미스코리아 진 출신이란 점과 출신학교, 프로필 정도. 어떤 사람일까, 누구와 친하고 성격은 어떨까, 혹시 비관론자는 아닐까…. 우리는 오현경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녀를 만나고 두 번 놀랐다. 굉장한 달변가라는 점과 상당한 독서량의 소유자라는 점이었다. 오현경은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출했다. 오늘 인터뷰를 위해 지금까지 나온 취중토크를 꼼꼼히 살펴봤다는 그녀는 "이왕 하기로 한 인터뷰라면 최선을 다하는 게 서로에 대한 예의 아니냐"고 말문을 열었다.
사랑과 결혼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감명깊게 읽었다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사업 얘기 대목에선 '삼국지 경영학'의 일부를 인용하기도 했다. 내용을 암기하고 있는 걸 보니 밑줄 그으며 읽었던 게 틀림없었다.
-기자와 언론이 아직 반갑지는 않으시죠?
"솔직히 여전히 무섭고 부담스럽죠. 지난 10년간 저와 관련된 기사 중 99%가 소설이었으니까요. 일부 신문사의 안면 있는 부장님들 빼고 저는 그동안 기자분을 만난 적이 없는데 마치 제가 인터뷰한 것처럼 보도돼서 여러 번 당황했어요. 집앞에 며칠씩 계시는 분들 때문에 외출을 포기한 날도 여럿 있었고요. 감옥이 따로 없었죠."
-언론이 원망스러운가요.
"제가 세상과 담을 쌓는데 일조했지만 이젠 원망하지 않아요. 제가 분명히 언론의 주목을 받을 만한 일을 한 거잖아요. 괜히 저를 괴롭힌 게 아니니까."
-몇몇 여성월간지 기자들과는 개인적으로 전화 통화를 하시죠. 일종의 관리 차원인가요.
"워낙 끊질긴 분들, 그리고 처음엔 악연으로 만났지만 인간적으로 소통되는 분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언니, 동생 사이가 되기도 해요. 내일도 친한 여기자가 부탁해 표지를 찍기로 했어요. 한쪽에서 인간적으로 다가오면 저도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돼야죠. 더불어 살아야죠."
오현경은 인터뷰 도중 한 월간지 여기자 이름이 생각나지 않자, 휴대폰을 꺼내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가물가물할 때 확인해두지 않으면 자칫 잊어버릴 수도 있다며 끝까지 이름을 기억해내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미용실도 두 군데 다닌다고 했는데 그 사연이 흥미로웠다.
미스코리아 출전할 때부터 18년 동안 알고 지낸 김청경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최근 독립한 친구의 미용실에 사이좋게 다닌다는 것. 그는 슬그머니 한쪽만 다니면 다른 한쪽이 얼마나 서운하겠냐며 "오늘 같은 경우 친구한테 양해를 구하고 김청경 언니한테 다녀왔다"며 웃었다.
●결혼해보니 드라마 내용 너무 공감해요
-손톱이 짧은 편인데 드라마 때문인가요.
"드라마 영향도 있지만 원래 기르는 걸 싫어해요. 애를 기르는 엄마가 되다보니. 마사지숍도 거의 안 가요."
-SBS TV 주말극 '조강지치클럽'이 80부로 연장됐다죠?
"네. 원래 50부짜리였어요. 다행인 게 함께 출연중인 분들이 제가 예전에 드라마에서 한번씩 만나봤던 분들이세요. 특히 김혜선씨는 단국대 연극영화과 동기라 마음이 편해요. 남편 한원수 역을 맡은 안내상씨도 녹화할 땐 자주 얻어터지지만 촬영 앞뒤로는 잘 챙겨주세요."
-극중 바람난 남편에게 구타 당하고 이혼을 요구 받죠.
"저는 우리 드라마에 나오는 얘기들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와요. 실제로 부부가 갈라설 때 점잖게 싸우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때리고 맞고, 욕하고 저주를 퍼붓죠. 결혼해 보니 제 분신인 나화신도 충분히 이해가 가요. 원수도 감정대로 가잖아요. 차라리 그게 솔직한 거죠."
-10년 만의 컴백도 참 드라마틱 해요.
"맞아요. 제 삶이 한편의 드라마였죠. 중요한 건 멜로냐, 휴먼이냐, 공포냐인데 저는 그다지 유쾌한 내용은 아니었죠."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로 데뷔하셨죠.
"네. MBC '분노의 왕국'이란 작품이었어요. 사람 인연이라는 게 참 묘해요.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 몰랐거든요. 1997년에 출연한 KBS '세여자' 제작사(삼화네트웍스) 신현택 회장님이 불러서 식당에 갔는데 문영남 작가님이 '현경씨도 이제 아줌마 티 난다. 드라마 해도 되겠어'라며 용기를 주셨어요.
갈등하고 있을 때 두 분께서 적극적으로 제 편이 돼 주셨어요. 작가님은 요즘도 저 볼 때마다 '현경씨 잘 돼야 돼요. 알죠'라고 말하세요. 물론 늘 달콤하진 않으세요. 감정을 좀 더 끄집어내 보라며 다그치실 때도 있어요. 지금 제겐 그런 질책이 더 소중하죠."
-10년 만에 안 쓰던 근육과 신경을 써보니 어떻습니까.
"정신없지만 조금씩 자신감이 붙고 있어요. 제가 드라마만 하는 게 아니라 골프 의류사업도 병행해서 하루하루가 정말 금쪽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돼서 모처럼 행복함을 느낍니다."
-촬영할 때 징크스는 없나요.
"녹화 직전에 옷을 갈아입거나 화장실에 다녀오면 감정이 잘 깨져요. 그래서 리허설 할 때부터 100% 녹화 태세로 임해요. 화장실도 일찌감치 다녀오고요.(웃음) 대사도 새벽에 가장 잘 외워져서 일찍 잤다가 새벽에 깨요."
오현경(37)은 2시간 30분 동안 미래, 앞날이란 단어를 예닐곱 번이나 사용했다. 그만큼 잊고 싶은 과거와 멀어지겠다는 뜻이었을까. 한 시간 쯤 지났을 무렵 그녀는 대뜸 "계속 옛날 일만 물어볼 건가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21세기를 험악하게 시작한 오현경은 10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이 똘똘 뭉쳐 자신을 벼랑끝으로 내몰았고, 언론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고 했다. 대한민국 집단 관음증의 피해자. 오현경은 'O양 사건' 이후 연예부 기자를 만난 것도 10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그렇게 마음의 빗장을 서서히 열고 있는 중이었다.
●대한민국이 나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지만…
먼저 부끄러운 고백 하나. 오현경을 만나러 서울 압구정동 일식주점 에가오노로 가는 길, 기자의 머릿속은 캄캄해졌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빅 뉴스메이커였지만 정작 그녀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기껏해야 1989년 미스코리아 진 출신이란 점과 출신학교, 프로필 정도. 어떤 사람일까, 누구와 친하고 성격은 어떨까, 혹시 비관론자는 아닐까…. 우리는 오현경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녀를 만나고 두 번 놀랐다. 굉장한 달변가라는 점과 상당한 독서량의 소유자라는 점이었다. 오현경은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출했다. 오늘 인터뷰를 위해 지금까지 나온 취중토크를 꼼꼼히 살펴봤다는 그녀는 "이왕 하기로 한 인터뷰라면 최선을 다하는 게 서로에 대한 예의 아니냐"고 말문을 열었다.
사랑과 결혼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감명깊게 읽었다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사업 얘기 대목에선 '삼국지 경영학'의 일부를 인용하기도 했다. 내용을 암기하고 있는 걸 보니 밑줄 그으며 읽었던 게 틀림없었다.
-기자와 언론이 아직 반갑지는 않으시죠?
"솔직히 여전히 무섭고 부담스럽죠. 지난 10년간 저와 관련된 기사 중 99%가 소설이었으니까요. 일부 신문사의 안면 있는 부장님들 빼고 저는 그동안 기자분을 만난 적이 없는데 마치 제가 인터뷰한 것처럼 보도돼서 여러 번 당황했어요. 집앞에 며칠씩 계시는 분들 때문에 외출을 포기한 날도 여럿 있었고요. 감옥이 따로 없었죠."
-언론이 원망스러운가요.
"제가 세상과 담을 쌓는데 일조했지만 이젠 원망하지 않아요. 제가 분명히 언론의 주목을 받을 만한 일을 한 거잖아요. 괜히 저를 괴롭힌 게 아니니까."
-몇몇 여성월간지 기자들과는 개인적으로 전화 통화를 하시죠. 일종의 관리 차원인가요.
"워낙 끊질긴 분들, 그리고 처음엔 악연으로 만났지만 인간적으로 소통되는 분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언니, 동생 사이가 되기도 해요. 내일도 친한 여기자가 부탁해 표지를 찍기로 했어요. 한쪽에서 인간적으로 다가오면 저도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돼야죠. 더불어 살아야죠."
오현경은 인터뷰 도중 한 월간지 여기자 이름이 생각나지 않자, 휴대폰을 꺼내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가물가물할 때 확인해두지 않으면 자칫 잊어버릴 수도 있다며 끝까지 이름을 기억해내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미용실도 두 군데 다닌다고 했는데 그 사연이 흥미로웠다.
미스코리아 출전할 때부터 18년 동안 알고 지낸 김청경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최근 독립한 친구의 미용실에 사이좋게 다닌다는 것. 그는 슬그머니 한쪽만 다니면 다른 한쪽이 얼마나 서운하겠냐며 "오늘 같은 경우 친구한테 양해를 구하고 김청경 언니한테 다녀왔다"며 웃었다.
●결혼해보니 드라마 내용 너무 공감해요
-손톱이 짧은 편인데 드라마 때문인가요.
"드라마 영향도 있지만 원래 기르는 걸 싫어해요. 애를 기르는 엄마가 되다보니. 마사지숍도 거의 안 가요."
-SBS TV 주말극 '조강지치클럽'이 80부로 연장됐다죠?
"네. 원래 50부짜리였어요. 다행인 게 함께 출연중인 분들이 제가 예전에 드라마에서 한번씩 만나봤던 분들이세요. 특히 김혜선씨는 단국대 연극영화과 동기라 마음이 편해요. 남편 한원수 역을 맡은 안내상씨도 녹화할 땐 자주 얻어터지지만 촬영 앞뒤로는 잘 챙겨주세요."
-극중 바람난 남편에게 구타 당하고 이혼을 요구 받죠.
"저는 우리 드라마에 나오는 얘기들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와요. 실제로 부부가 갈라설 때 점잖게 싸우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때리고 맞고, 욕하고 저주를 퍼붓죠. 결혼해 보니 제 분신인 나화신도 충분히 이해가 가요. 원수도 감정대로 가잖아요. 차라리 그게 솔직한 거죠."
-10년 만의 컴백도 참 드라마틱 해요.
"맞아요. 제 삶이 한편의 드라마였죠. 중요한 건 멜로냐, 휴먼이냐, 공포냐인데 저는 그다지 유쾌한 내용은 아니었죠."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로 데뷔하셨죠.
"네. MBC '분노의 왕국'이란 작품이었어요. 사람 인연이라는 게 참 묘해요.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 몰랐거든요. 1997년에 출연한 KBS '세여자' 제작사(삼화네트웍스) 신현택 회장님이 불러서 식당에 갔는데 문영남 작가님이 '현경씨도 이제 아줌마 티 난다. 드라마 해도 되겠어'라며 용기를 주셨어요.
갈등하고 있을 때 두 분께서 적극적으로 제 편이 돼 주셨어요. 작가님은 요즘도 저 볼 때마다 '현경씨 잘 돼야 돼요. 알죠'라고 말하세요. 물론 늘 달콤하진 않으세요. 감정을 좀 더 끄집어내 보라며 다그치실 때도 있어요. 지금 제겐 그런 질책이 더 소중하죠."
-10년 만에 안 쓰던 근육과 신경을 써보니 어떻습니까.
"정신없지만 조금씩 자신감이 붙고 있어요. 제가 드라마만 하는 게 아니라 골프 의류사업도 병행해서 하루하루가 정말 금쪽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돼서 모처럼 행복함을 느낍니다."
-촬영할 때 징크스는 없나요.
"녹화 직전에 옷을 갈아입거나 화장실에 다녀오면 감정이 잘 깨져요. 그래서 리허설 할 때부터 100% 녹화 태세로 임해요. 화장실도 일찌감치 다녀오고요.(웃음) 대사도 새벽에 가장 잘 외워져서 일찍 잤다가 새벽에 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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