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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이야기/건강

[남북 정상 만찬] - 이것이 대장금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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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진두지휘한 이춘식 조리팀장

"운송해 간 재료 신선도 보고 북쪽서 깜짝 놀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모시고 남쪽의 팔도 별미 유람! 이거 너무 재밌지 않아요?”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의 답례 만찬 ‘팔도 대장금 요리’를 진두지휘한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이춘식(사진) 조리팀장을 지난 9일 만났다. 이번 상차림은 어디에 초점을 맞췄느냐는 질문에 평양에서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듯 들뜬 어조로 이렇게 되묻고는 말을 이었다.

 “남쪽 지방 구석구석의 맛깔나는 음식을 대하다 보면 직접 내려가 먹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 있잖아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김 위원장의 답방도 성사될 수 있고요.” 정상회담을 지켜보는 7000만 남북한 국민의 염원까지 담아내려던 의도를 내비쳤다.

 사실 두 정상을 위해 만찬을 차리는 건 무척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운 일. 그러나 미국 부시 대통령 방한 때 청와대 만찬을 총괄하는 등 굵직굵직한 국가 행사를 지휘해온 요리계의 수장답게 대담하게 풀었다는 평을 받았다.

 “팔도 요리엔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어요. 옛날부터 내려온 진상품 얘기도 있고, 몸에 좋다는 약리 효과 얘기도 있고, 지역 주민들의 애환 얘기도 담겨 있죠. 이렇게 이야깃거리가 있으면 더 맛있어요. 서먹서먹할 땐 ‘깍두기’ 역할을 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풀어주거든요.” 답례 만찬의 기본 컨셉트는 ‘얘기’에서 출발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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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찬 식탁에 쓰인 재료는 모두 남측산(産)이라 일일이 챙겨가야 했다. 이 팀장을 비롯해 다른 워커힐 직원들까지 가세해 전국 각지를 돌며 최고급 재료를 구하느라 진땀을 뺐단다. 풍천 장어, 제주도 흑돼지 등은 원산지 증명 서류도 챙겼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신선도. 수송 과정에서라도 선도가 떨어진다면 맛은 제쳐두더라도 위생 사고로도 번질 수 있어서다.

 출발 전날(1일) 오후 9시부터 전국에서 올라온 재료에 대한 대대적인 위생 검열 작업이 시작됐다.

 "검열을 통과한 식재료는 영상 5도를 유지하는 냉장 차량에 실려 바로 봉인 조치됐습니다. 이것도 부족해 이후론 야근조를 정해 2시간마다 계속 위생 상태를 점검했지요. 다음날 운송 과정에서도 마찬가지고요. 평양 인민문화궁전에 도착한 재료의 상태를 보고 북쪽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

 치밀한 준비 속에도 허점이 나타났다. "메뉴판을 짤 때는 해남 참다래(키위)가 품질이 좋았는데 막상 출발 전에는 좋은 것이 없더라고요. 메뉴판까지 제작이 끝난 상황에서 하는 수 없이 참다래를 뺐지요.”

 만찬 음식은 모두 270인분. 서울에서 출발한 조리인력 10명(워커힐 조리팀 6명, 롯데 조리팀 3명,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 북쪽 조리사 25명이 도와줬다.

 "북쪽 조리사들에게 하나하나 알려주면서 마무리를 했습니다. 함께 일하다 보니 문화·교육·시스템의 차이가 느껴지더군요. 음식에 정성을 담는 과정을 보고 “멋을 많이 부린다”든지 “일을 어렵게 한다”란 반응을 보였어요.”

 조리사 입장에서 제일 궁금한 점은 음식에 대한 반응. "만찬장 서빙을 북쪽 사람들이 맡아 했는데 물어봐도 잘 대답을 안 해요. 외교통상부 의전팀에서 만찬이 끝날 무렵 ‘됐어! 오~케이!’란 말이 나오고서야 안심했어요.”

 오전 9시부터 준비한 답례 만찬은 오후 10시에 시작해 자정을 넘겨 끝났다. 남과 북의 조리팀원들은 다음날 새벽 2시30분에야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뒷정리를 하고 기물을 챙겨 호텔로 돌아왔을 때가 오전 4시였단다.

 짧은 기간이지만 평양에서 맛본 음식에 대한 소감을 묻자 "맛은 전반적으로 슴슴하고, 모양새는 거친 편”이라고 말했다. 대동강 숭어요리를 대접받았는데 뼈를 발라내는 일이 곤혹스러웠고, 옥류관 냉면은 면발은 좋은데 육수 맛이 별로였다는 것이다.

 "이번엔 남쪽의 팔도 별미 유람이었지만 다음엔 북한 재료까지 아우르는 ‘통일 한반도의 별미 유람 밥상’을 차리고 싶습니다. ”

유지상 기자

눈으로 즐기는 팔도 대장금 요리

■영덕게살 죽순채와 봉평 메밀쌈=봉평의 메밀로 밀쌈을 만들고, 영덕대게 살과 죽순으로 냉채를 만들어 감잎 위에 올린 것. 드라마 ‘대장금’에 등장했던 음식이기도 하다.

■흑임자죽=충주산 흑임자(검은깨)와 이천 쌀을 곱게 갈아 만들었다. ‘동의보감’에 흑임자를 오랫동안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 않는다고 한다.

■완도 전복과 단호박찜=완도 전복은 청정해역의 자연산 다시마와 미역을 먹고 자라 살이 도톰하고 쫄깃하며 맛이 깊은 게 특징.

■제주 흑돼지 맥적과 누름적=제주 흑돼지는 외국의 개량종에 비해 몸집은 작으나 고기의 질이 좋다. 홍시로 만든 색다른 소스로 맛을 더했다.

■고창 풍천장어구이=장어 중 으뜸으로 꼽는 고창 선운사 앞 인천강의 자연산 풍천장어에 복분자즙을 발라 영양과 맛을 한층 높였다. 복분자술을 함께 냈다.

■횡성·평창 너비아니구이와 자연송이=강원도 횡성 한우의 안심을 배즙 양념에 재워 굽고, 흑미와 수삼으로 소스를 만들어 담백한 맛을 더했다. 오대산 자연송이를 곁들였다.

■전주 비빔밥과 토란국=이천 쌀에 햇밤과 대추를 넣어 지은 영양밥에 각종 나물 등을 얹었다. 남북이 하나됨을 기원하는 의미다. 섬유소가 풍부한 토란은 국으로 준비했다.

■호박 과편, 삼색 매작과와 계절 과일=과편은 궁중에서 후식으로 애용한 한과. 호박으로 꽃 모양 과편을 만들어 버섯 모양의 매작과를 곁들였다. 과일은 ‘나주배’ ‘대구사과’ ‘진영단감’ ‘장호원복숭아’ ‘무등산수박’ ‘제주감귤 한라봉’ ‘영동포도’를 올렸다.

■안동 감국(甘菊)차=안동은 토질·일교차·일조량이 좋아 국화차의 맛과 향이 뛰어나다. ‘본초강목’에 국화는 눈을 밝게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고 전해온다.

■밑반찬=배추김치, 영광굴비, 나박김치, 새우잣즙무침, 송이사태장조림, 매실장아찌와 남해멸치볶음 등을 진지와 함께 올렸다.

■건배주 및 식사주=천년약속, 백세주, 고창 복분자주, 팔도 전통술 모음(문배주,명작 오가자, 황진이주, 계룡백일주, 대추술, 보해 복분자주, 진도 순한홍주, 안동소주, 주지몽 석류주, 지리산 솔송주, 고소리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