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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보다 치밀한 선전 벽보에 숨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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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 전국 9만2000여 곳에 대선 후보들의 선전 벽보가 붙었다. 역대 최다인 후보 12명의 벽보를 나란히 붙인 길이는 약 7m. 이러다간 영화 <디워>의 이무기 ‘부라퀴’ 길이를 능가하겠다. 선전 벽보는 후보의 표정, 정당의 상징색, 글자 크기, 활자체까지 신경 쓰는 ‘종합예술의 미학’으로 불린다. 이 종합예술을 낱낱이 해부해 보자.

전통적인 얼굴 알리기 방식인 선전 벽보는 각 캠프에서 의뢰한 홍보기획사에서 모든 컨셉트를 담당한다. 홍보기획사는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비주얼’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시작한다. 표정, 몸짓, 손짓, 얼굴 각도뿐만 아니라 얼굴 위주만 담을 것인지, 상반신까지 담을 것인지도 세세하게 조사해서 결정한다. 젊은이들이 ‘뽀샵질’을 하는 것처럼 선전 벽보에도 첨단 사진기술이 동원된다. 주름살과 잡티는 제거하고 피부 톤은 밝게 만드는 등이 주된 작업이다. 무엇보다 가장 주력하는 것은 후보들의 장점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순간 포착.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귀공자풍의 외모가 오히려 서민 후보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부드러운 표정을 ‘줌인’시켰다. 또한 서민을 따뜻하게 감싸겠다는 의지를 담아 대표적인 온색인 오렌지색으로 감쌌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신뢰감을 주는 파란색으로 숫자 ‘2’를 큼직하게 쓰고, 다른 후보들이 얼굴 위주인 것과는 달리 상반신까지를 드러냈다. 뒤에 펄럭이는 태극기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수단.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반듯하고 안정감을 주는 온화한 표정을 통해 과거 날카로운 ‘대쪽’ 이미지의 탈피를 염두에 뒀다.

또한 무소속 후보들의 경우 ‘무소속’이란 글자는 최대한 작게 하는 대신 이름이나 대표 공약, 선거 캐치프레이즈 등을 상대적으로 커 보이게 하는 방식을 택한다. 지금 거리에 붙여진 선전 벽보, 무시하지 말고 한번 봐주자. 12명의 기호와 공약까지 읽는 데 딱 10분이 걸린다니 10분만 투자하자. 


선전 벽보와 관련된 숫자들

1000:1
길을 지다나 마주친 선전 벽보. 그냥 대충 붙여진 게 아니다. 계획적으로 인구 고려해서, 위치 등을 붙인 것이다. 선전 벽보는 인구 1000명당 한 ‘세트(주의문 1+12명 후보의 벽보)’를 붙인다. 붙이는 일은 대부분 동사무소에서 진행하는데 만약 그 동의 인구가 2만 명이라면 정해진 20곳에 벽보를 붙여야 한다.

2년, 400만원
선전 벽보를 붙인 지 일주일도 채 안 되었는데 전국 곳곳에서 선전 벽보를 훼손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선전 벽보의 1번보다 앞쪽에 붙어있는 것이 바로 ‘주의문’. 현행법은 선전 벽보나 현수막을 고의로 훼손하거나 철거할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4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자. 선전 벽보를 붙이는 비용은 국민의 세금에서 충당된다. 당신의 혈세란 말이다. 그러니 지지하지 않더라도 그냥 좀 두자.

<출처: M25.CO.KR>